직접 보조금의 민간 투자 유인 효과가 조세지원 대비 우위 확인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국가 기술주권 및 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국가 경쟁력을 넘어 정치와 안보의 핵심축으로 부상하면서,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국회미래연구원 '정부 R&D 조세지원의 한계와 직접지원 구조로의 전략적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간접적 조세지원 방식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과 고위험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기에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R&D 조세지원 제도의 구조와 비중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기업의 R&D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직접적 재정지원과 간접적 조세지원을 병행해 왔다. 그중 조세지원은 기업이 연구개발비를 지출한 후 사후적으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특히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전체 R&D 조세지출의 80~90%를 차지하는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았다.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2023년 R&D 조세지출 실적은 5조719억원에 달하며, 2026년에는 5조1612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발생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 탓에 초기 단계 기업이나 적자 기업에게는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사후적 지원의 한계와 대기업 편중
조세지원은 '사후 정산'이라는 태생적 속성으로 인해 연구개발 착수 단계에서 지원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기업이 R&D 투자를 결정하는 시점과 영업이익이 발생해 법인세가 확정되는 시점 사이의 상당한 시차는 도전적 연구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신약 개발처럼 성공률이 낮고 개발 기간이 긴 바이오 분야 등은 조세지원만으로는 투자 유인이 부족하다. 또한 적자 상태인 벤처·스타트업의 48%는 세액공제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2023년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신고액은 일반기업이 1조1936억원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32억원에 불과해, 혜택이 대기업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별 지원 방식의 경직성
현재의 세액공제 제도는 기술을 일반·신성장·국가전략기술 등으로 구분해 차등 공제율을 적용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특정 기술을 적시에 식별하고 선정해야 하는 행정적 부담을 수반한다. 기술 및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법령 개정을 통해 기술 목록을 관리하는 방식은 정책 시차를 발생시킨다.
실제로 신성장·원천기술과 국가전략기술 간의 경계가 모호해 유사·중복 기술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기업이 연구의 필요성이 아닌 세액공제 대상 목록에 맞춰 투자 방향을 조정하는 '연구개발 왜곡' 가능성도 존재한다.
주요국의 전략적 직접 지원 사례
글로벌 기술 경쟁국들은 이미 R&D 지원 방식을 직접 보조금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을 통해 특정 전략기술 분야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확정했다.
유럽연합(EU) 역시 2030년까지 총 430억유로 규모의 투자를 목표로 하는 반도체법을 발효해 직접 보조금을 승인하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9월까지 미국은 1048억달러, EU는 828억달러의 직접 보조금을 집행하며 중국(446억달러)을 상회하는 공공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국가 산업안보 관점에서 전략적 재정 개입을 정당화하는 흐름을 반영한다.
보조금의 우월한 투자 촉진 효과
실증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접 보조금이 조세지원보다 기업의 R&D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가 더 크다. 정부 R&D 재정지원을 받은 기업은 1년 후 R&D 투자가 평균 19.7% 증가한 반면, 조세지원 수혜 기업의 증가율은 13.5%에 그쳤다.
기업 인식 조사에서도 정부 R&D 지원이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었다는 응답이 재정지원은 81.6%였으나 조세지원은 52.9%로 큰 차이를 보였다. 기업들은 정부 R&D 지원 종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 촉진 효과가 나타나는 방식으로 재정지원을 더 높게 평가했다. 이는 직접 지원이 초기 유동성을 확보해주고 연구의 위험을 분담해주기 때문이다.
전략적 전환을 위한 3대 원칙
보고서는 R&D 조세지출을 직접 보조금 등 재정지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제안했다. 첫째는 '선택과 집중'으로, 정부가 특정 기술군을 선정해 예산 규모와 투자 속도를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
둘째는 '산업 생태계별 지원'이다. 단순 연구개발을 넘어 파일럿 라인 구축, 첨단 장비 확보, 전문인력 양성 등 생태계 단위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는 '벤처·스타트업 지원'으로, 혁신 역량은 높으나 자본 여력이 부족한 초기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사전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산업팀 유희수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사후적·분산적 성격의 R&D 조세지원만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직접 보조금은 기술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대규모 전략 투자를 수행하며 고위험 연구의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이다. 이제는 전략기술 중심의 직접 보조금 체계로 전환해 기술 주권을 강화하고 국가 산업 구조의 초격차 기반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저작권자ⓒ 예결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