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신세린 기자] 한미 양국이 기존 25%였던 자동차 및 부품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최종 합의함에 따라 한국 경제에 자욱했던 '불확실성'이라는 안개가 걷혔다.
어제(29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협정에 따르면 양국은 5년간 현행 세율을 유지하기로 하되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현금 2000억⸱10년 분할 + 조선업 협력 1500억)를 병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국 자동차 산업의 최대 불확실성은 제거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로 현대차·기아의 연간 영업이익 훼손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분석한다. 25% 관세 유지 시 손실은 각각 6.26조원(현대차), 4.2조원(기아)이었으나, 15% 관세 적용 시 3.22조원, 2.0조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양사의 주가는 30일 개장과 동시에 급등했다. 특히 현대차는 전날 25만8000원에서 28만9500원까지 올랐다가 종가 기준 26만9000원으로 마감했다. 하루 만에 7000원(2.71%)이 뛴 셈이다.
다만 시장은 이미 이를 선반영한 측면도 있다. 관세 타결 전인 이달 15일부터 자동차 업종 시가총액은 평균 10.6%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15.4%), 기아(+11.6%), 한온시스템(+35.2%) 등 주요 종목이 관세 타결 '기대감'에 급등했으며 이는 실적 개선보다 '기대 선반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 완성차 성장, 이제는 기술에 달렸다
관세 타결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하게 된 지금, 완성차의 새로운 경쟁 무대는 '기술'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Nvidia)의 협력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Pleoss(플레오스 ⸱ 차세대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플랫폼 브랜드, '더 많은'을 뜻하는 라틴어 'Pleo'와 운영체제 'OS'의 합성어)'라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플랫폼을 공개하며 AI 자율주행(Atria AI), 음성비서(Gleo AI), 차량군 관리(Capora AI)를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하드웨어 교체 없이 OTA(무선 업데이트)만으로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구조로, 오는 2028년 첫 양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샤오미·샤오펑은 이미 엔비디아와 협력해 스마트카를 상용화했다. 문제는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0~50배 수준이지만, 현대차·기아는 여전히 6배 내외라는 점이다. 결국 엔비디아 협력의 구체화가 곧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움직이는 로봇'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움직이는 로봇'으로 규정한다. 2020년 인수한 보스톤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는 엔비디아의 Jetson Orin을 탑재한 'Spot 4.1'을 출시하며 자율보행·작업용 로봇 영역을 확장 중이다.
올해 자본잠식 위기에 처한 보스톤다이내믹스에 현대차그룹은 1.35조원의 추가 출자를 단행했고 총 투자액은 3.8조원에 이른다. 자동차가 로봇의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고 로봇 기술이 다시 차량 제어에 피드백되는 AI 순환형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는 모습이다.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은 이 두 기술의 통합 시연을 준비 중이다.
■ 완성차는 숨 고르기⸱⸱⸱부품주가 새 주도권
정작 이번 관세 인하의 직접 수혜층은 부품사다. 완성차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지만, 부품주는 '관세 전가' 구조 덕분에 이익 개선 여력이 더 크다는 점에서다.
실제 한온시스템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 부담의 95%를 완성차에 전가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이는 관세 인하분이 부품업체 이익으로 고스란히 흘러들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증권가에서는 "부품주는 완성차 대비 단기 이익 탄력성이 두 배 이상 높다"고 분석한다.
메리츠 증권은 "결국 관세 리스크 해소는 완성차에게는 '방어적 요인'이지만, 부품사에는 '실적 개선의 출발점'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한온시스템과 HL만도 등 주요 전장 부품사는 전기차·AI 자율주행 부품 확대와 맞물려 2차 상승 랠리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강성근 차봇 모빌리티 대표는 "관세 타결은 ‘불확실성 제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라며 "완성차는 AI·데이터 기반 기술기업으로 진화해야 하고 부품사는 관세 이익을 기술투자로 전환할 실행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은 생산단가 경쟁에서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기술 내재화'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존 조건이 됐다.
■ 간단 요약
• 한미 관세 15% 인하로 완성차 리스크 해소
• 현대차, 엔비디아와 'Pleos' 플랫폼으로 AI·로봇 통합 기술에 집중
• 부품사, 관세 부담의 95%를 완성차에 전가하며 실적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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