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과정 위법성 심각···도시개발 사업조합 설립변경 인가 취소돼야”

[예결뉴스 = 백도현 기자] 서울 내곡동에서 진행 중인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이 온갖 위법과 편법으로 얼룩진 복마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분양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쪼개기 건축허가를 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특히 그 배경에 삼부토건이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며 인가 자체가 취소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인마을 개발 구역은 애초 한센인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내곡동 헌인릉 건너편이자 용서고속도로와 분당-내곡 간 고속화 도로 진출입로가 인접해 강남권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는 지역이다. 면적은 약 13만㎡(3만9400평)에 달한다.
2003년부터 사업이 추진돼 현재 건축 및 착공 허가까지 진행됐다.
시행자는 헌인마을도시개발사업 조합이며 ‘헌인타운개발’이라는 회사가 시행 대행을 맡고 있다. 현재 롯데건설과 신원종합개발이 공동 시공에 참여, 222세대 규모의 공동주택을 분양 중이다. 분양가는 3.3㎡당 1억3000만~1억5000만원, 가구당 50억~13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로, 총 분양수입은 2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 무자격 조합원 수두룩···조합설립 변경인가 취소 필요
2020년 4월 6일 서초구청은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승인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변경인가 당시 조합원 254명 중 177명은 사업구역 내 토지 소유권이 없는 자들로, 이 상황에서의 변경인가는 도시개발법상 위법이었다.
특히 177명 중 117명은 기존 조합원들이 소유한 땅 지분 중 0㎡(0.01평)~1㎡(0.2평)를 노골적으로 쪼개 조합원이 된 경우로 나타났다. 도시개발법 시행령 제32조 제2항 제1호는 ‘다른 조합원이 소유한 토지 전부를 이전받은 경우 다른 조합원의 의결권이 승계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 117명은 토지 전부를 이전받은 것이 아니므로 의결권이 없는 조합원이다.
그럼에도 이들 117명은 심지어 도시개발조합의 조합장, 감사, 이사, 대의원의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특히 조합장이 보유한 지분 면적은 0.01평에 불과했다.
나머지 60명은 땅을 팔고 양도소득세까지 완납해 토지소유권이 없음에도 서울시와 서초구청으로부터 조합원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에 이 의원은 “이와 같이 서울시와 서초구청이 조합설립변경인가를 하면서 자격이 없는 자들을 조합원으로 인가했다면 이 인가는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분양가 규제 회피를 위한 쪼개기 건축허가
분양을 목적으로 하는 30가구 이상의 주택건설사업은 주택법에 따른 사업계획승인(서초구는 분양가 규제 대상)대상이고, 30가구 미만은 건축법에 따른 건축허가(분양가 규제 없음) 대상이다.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구역에는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는 10개 블록이 있다. 헌인타운 개발은 10개 블록의 토지를 여러 신탁사로 쪼개 이전한 뒤 이들 신탁사를 건축주로 삼아 블록별 30가구 미만씩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는 전형적인 분양가 규제 회피 꼼수다.
더욱이 쪼개기 허가는 막대한 분양수익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은 서초구 관할지역으로, 서초구는 강남구, 송파구, 용산구와 함께 분양가 조정대상 지역에 속한다.
조정대상 지역에서는 분양을 전제로 30가구 이상의 주택을 건축하려면 주택법에 따라 사업계획승인을 얻고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의거, 분양가격심의를 획득한 후 일반인을 상대로 분양해야 한다.
최근 서초구와 강남구에서 분양가가 승인된 사업장 중 최고 분양가는 지난 8월 청담동 ‘청담 르엘’이 3.3㎡당 7209만원이다. 그런데 헌인마을은 쪼개기 건축허가로 분양가 규제를 피해 3.3㎡당 1억3000만~1억5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임의 분양하고 있다.
이 의원은 “결국 편법 지분 쪼개기를 통해 도시개발조합의 업무를 장악하고 편법 쪼개기 건축허가로 타지역의 2배가 넘는 폭리를 취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서초구청이 방조 또는 묵인했거나 특혜를 줬다는 의심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삼부토건이 실제 사업주체?
이 사업의 배후에는 삼부토건이 자리한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삼부토건이 2006년 4월 ‘우리강남 PFV’라는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4만 여평 토지 중 75%인 3만여 평을 매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삼부토건은 PF 대출금 포함 7000여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투입, 우리강남 PFV의 지분 95%를 확보해 독자적으로 헌인마을 개발사업을 추진하다가 2015년 8월 삼부토건이 최종 부도처리 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미래에셋증권 등이 만든 사모펀드는 ▲2019년 6월 삼부토건이 대주주인 우리강남 PFV의 부실채권을 1821억원에 인수하고 ▲2019년 9월 삼부토건 주식 1147만여 주를 매입 ▲같은 시기 삼부토건의 우리강남 PFV에 1500여억원을 대출해 주는 등 삼부토건쪽이 헌인마을 개발사업에 다시 관여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배후에 삼부토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어 삼부토건이 대주주인 우리강남 PFV는 2022년 5월 자사의 토지 약 3만평을 헌인타운개발에 명의신탁한 뒤 2022년 9월 헌인타운개발이 미래에셋증권 등으로부터 5950억원을 대출받을 때와, 2023년 12월 NH 투자증권 등으로부터 8500억원의 PF 대출을 받을 때 담보를 제공했다.
헌인타운개발이라는 회사는 2015년 10월 자본금 100만원으로 설립된 회사다. 지분 100%를 소유한 사주는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의 장남 동창으로, 조 회장 장남은 지인들에게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회장이 앉혔다”고 말한 녹취가 여러 차례 방송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사실상 헌인마을 개발의 배후에 삼부토건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 정황”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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