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인천시가 매해 수천억원의 막대한 순세계잉여금을 기록하며 예산 집행이 비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인천시 2024회계연도 결산 공시에 따르면 시는 늘어난 예산에도 불구하고 집행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순세계잉여금은 3587억 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겉보기엔 재정이 안정된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월·불용 누적형 재정 구조’가 고착화한 모습이다.
■ 세입은 늘었는데 남은 돈은 그대로
작년 시 세입은 16조6711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다. 지방세 수입(4조9165억원), 국고보조금(4조6348억원) 등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덕분이다. 반면 세출결산은 15조924억원으로 집행률이 90%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결산상 잉여금이 1조5788억원에 달했고 이 중 이월액 1조2104억원과 보조금 반납금 96억원을 제외한 순세계잉여금은 3587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금액은 2023년(3596억원)과 비슷한 규모로, 2022년(5708억원) 보다 크게 줄었으나 여전히 상당한 잉여금 구조의 난맥을 드러냈다.
■ 어디서 막히나···이월·불용·정산 3중 병목
결산 첨부서류를 보면 순세계잉여금의 대부분은 ‘지출잔액’과 ‘정산잔액’으로 구성된다. 명시이월·사고이월·계속비이월 등 사업 지연성 이월액만 1조2000억원 규모로, 전체 세출의 8%를 차지한다.
특히 도시재생, 대규모 문화·관광 인프라 사업에서 설계·보상 절차 지연이 반복된 것이 잉여금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인천뮤지엄파크 조성사업, 인천대로 일반화사업 등은 집행률이 30% 안팎에 그쳤다. 공사 착수 지연, 부지 보상 미완료, 환경영향평가 지연 등이 주요 사유다.
이월액은 다음해로 다시 편성돼 ‘이월–집행–불용–이월’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시의회 회의록에는 “이월·불용이 반복되면 예산의 실질적 의미가 퇴색한다”며 “집행 실적이 저조한 사업은 차기 예산편성 단계에서 감액 조정이 필요하다”는 기록도 나타났다.
■ 반복되는 잉여금, ‘형식적 건전재정’의 그림자
시는 결산보고서에서 “부채비율을 4.38%로 낮추고 지방채 발행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정 전문가들은 ‘건전성’이 아니라 ‘비집행’에서 비롯된 잔여 재원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 순세계잉여금은 세입이 과다하거나 세출이 부진할 때 발생하며 단기적으로는 자금 여유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성과 저하·재정 운용 왜곡을 초래한다.
한 재정 전문가는 “순세계잉여금은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가 아니라 집행 능력을 반영하는 경고등”이라며 “매년 수천억 원이 남는다면 편성 단계에서 과다한 예산 계상이 이뤄졌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 사회복지에 집중했으나 도시재생은 뒷전
시의 작년 세출 구조를 보면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57.9%로 절반을 넘었다. 기초연금·생계급여·보육지원 등 법정의무지출이 대부분이다.
반면 도시·지역개발 분야는 76.6%의 집행률로, 일부 주요 사업이 지연되며 하반기 이월로 이어졌다. 이 같은 편중은 복지 중심 재정의 구조적 한계이자 도시경쟁력 회복 사업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회계별로 보면 일반회계 지출 10조9813억원(집행률 96%), 특별회계 지출 4조1111억원(78%)이다. 특히 공기업특별회계 지출 2조430억원(73%)으로 집행률이 낮은 편이며, 다음 연도 이월·집행잔액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는 하수·상수·도시철도 등 대형 지속사업의 절차 지연과 직결된다.
또 보조금 총괄을 보면 보조금 수령 5조1492억원, 집행 4조9662억원, 이월 1580억, 집행잔액 250억으로 정리된다. 특히 도시철도·수도·하수·원도심활성화 등 특별회계 보조금에서 대규모 이월이 확인된다. 이는 국고보조 매칭사업의 설계·보상·인허가 단계 병목을 시사한다.
여기에 자산의 80% 이상이 비유동자산(토지·건물 등)이며, 건설 중인 자산 3조5146억원이 포함돼 향후 유지관리비 부담도 예상된다.
한 재정 전문가는 “집행률 중심의 예산편성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월·불용·정산 항목별 금액을 시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집행관리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간단 요약
• 인천시 2024회계연도 순세계잉여금 3587억···수년간 지속
• 주요 원인: 이월·불용 누적, 대형사업 집행 지연.
• 예산 규모보다 집행 속도·성과관리 중심 재정운용으로 전환 시급
■ 출처
• 인천시 2024회계연도 결산서
• 결산상 세입세출 처리상황
• 결산 첨부서류(상·하)
• 성과보고서
• 재무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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