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신세린 기자]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에서 의외로 소외된 분야는 에너지다. 하지만 에너지 분야의 변화는 사실 자동차보다 먼저 나타나고 있다.
5일 국내외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KOGAS)는 미국산 LNG를 연간 330만 톤(3.3Mtpa) 규모로 장기 조달하기로 합의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단됐던 LNG 수출허가 절차를 재가동했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가 IRA 45V(청정수소 세액공제) 최종 규정을 확정하면서 한미 협력의 무게중심이 '에너지 전환'으로 이동하고 있다.
■ '3.3Mtpa 장기계약'⸱⸱⸱공급망 다변화 본격화
지난달 30일 로이터는 한미관세 협상 소식이 난 직후 "한국은 미국산 LNG 330만 톤을 매년 수입하는 장기 계약을 확보했다"고 전하며 이 계약이 "한미 무역 패키지 협상과 병행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은 기존 카타르·호주 중심의 LNG 조달 구조에 미국 물량을 추가, '중동 1축 → 미·중동 2축 체계'로 전환했다.
앞서 이 매체는 9월 9일자 보도에서 "토탈에너지사(TotalEnergies)가 KOGAS와 2027년부터 10년간 연간 100만 톤의 LNG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 계약은 2028년부터 연간 총 300만 톤의 LNG 공급량으로 증가하며, 주로 미국에서 조달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한국이 LNG 수입 장기화 전략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트럼프 "LNG 수출허가 전면 재개"…공급 병목 해소 신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단된 LNG 수출허가 절차를 전면 재개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올해 미국 에너지부가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대규모 LNG 수출 터미널 프로젝트, 이른바 '골든 패스' LNG 수출 허가 연장을 승인한 것과 'Port Arthur LNG Phase 2' 프로젝트에 대해 비자유무역협정(non-FTA) 국가로의 LNG 수출을 허가하는 최종 승인을 낸 것의 연장선으로, 그동안 정체됐던 미국 내 LNG 프로젝트들이 풀리고 있다는 신호다.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산 공급이 늘어나면 아시아·유럽 간 가격 스프레드(격차)가 완화될 것"이라며 "관세 타결로 열린 교역 경로가 글로벌 가스 시장의 '가격 완충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한국 조선업계는 큰 수혜가 예상된다. LNG선, 운송선박, 터미널 정비(MRO) 수요가 늘어나며 한국 조선·기자재 기업의 진출 기회가 활짝 열리기 때문이다.
또한 미 재무부부와 국세청은 앞서 IRC Section 45V(청정수소 세액공제)에 대한 최종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배출 강도(kgCO₂e/kgH₂)에 따라 최대 3달러의 크레딧이 지급되고 생애주기(LCA) 기준으로 탄소배출량을 산정한다. 이는 미국의 수소 보조금 계획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명확성을 제공한 조치다.
국내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LNG 인프라를 활용한 '가스→수소 블렌딩' 실증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며 "IRA 규정 확정이 한국 기업의 북미 수소시장 진출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남은 리스크⸱⸱⸱HH 가격 변동성과 인프라 비용
미국산 LNG 의존도가 커질수록 헨리허브(HH,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중심지) 가격에 대한 노출도 커진다.
허리케인, 내수 급등, 파이프라인 병목 등으로 HH가 요동치면 국내 도입단가에도 직접적 영향이 생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KOGAS 등 수입사들은 HH·TTF·JCC 혼합 인덱스를 기반으로 가격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며 "운송·체화·스프레드 변동에 대한 파생 헤지 전략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종합하면 한국 에너지산업은 관세 타결로 교역의 문을 활짝 열었다면 LNG 계약과 45V 확정은 안정적 공급과 탈탄소 전환으로 이어지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국은 이번 사이클에서 LNG의 안정성과 수소의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맞았다. 이제 남은 건 속도다. 수출허가, 투자, 세액공제의 실행 타임라인을 얼마나 신속히 맞추느냐가 한국 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전망이다.
■ 간단 요약
• KOGAS–美 LNG 3.3Mtpa 계약으로 수급 안정성, 교역 신뢰 확보
• 트럼프 행정부의 LNG 수출허가 재개로 공급 병목 완화·조선산업 파급
• IRA 45V 규정 확정으로 수소·암모니아 전환투자 가속, 에너지 전환 골든타임 진입
■ 출처
Reuters <South Korea secures long-term deal to import 3.3Mtpa U.S. LNG>
• <TotalEnergies signs 10-year LNG supply deal with KOGAS>
• <DOE approves Golden Pass LNG export permit extension>
• Sempra <Port Arthur LNG Phase 2 wins DOE approval for non-FTA exports>
• 미 상무부 <Final 45V Clean Hydrogen Tax Credit Guidance>
• Bloomberg <U.S. hydrogen subsidy plan brings new clarity to global investors>
• 에너지경제연구원(KEEI) 보고서(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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