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신세린 기자] 한-미 관세 타결의 여파가 조선업으로 번지고 있다. 단연 최대 이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한국시각) 승인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이다. 동시에 미국에서 건조하라는 메시지도 따라붙었다.
3일 백악관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승인에는 핵추진 관련 민감 기술 공유와 미국 조선소 활용이 전제처럼 거론된다. 특히 한화가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유력 거점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정치적 '그린라이트'가 실제 기술·규범의 '블루프린트'로 이어질 수 있느냐. 둘째, 미국 조선소에서 짓는 방식이 한국 조선업의 실익과 동맹의 산업 전략에 부합하느냐다.
한국신용평가(KIS) 보고서를 참고하면 관세 패키지에 포함된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가 현금+보증(RG)+직접투자로 조합될 가능성이 크다. 작년 국내 RG 발급이 약 154억 달러였음을 고려하면 다년·대형 정책금융 동원이 필수다. 여기에 국내 조선 3사의 미·영 조선소 M&A·MRO·설비 현대화 행보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 미국서 건조 가능성은?
정치적 신호는 분명하다. 워싱턴포스트·CBS·재팬타임스 등 다수 매체는 '미국 내 건조'를 직접 언급했고, 일부는 후보지로 필라델피아(한화 오션 계열)를 꼽았다.
다만 실행 역량은 또 다른 문제다. 미 해군 '버지니아급(SSN)'과 '컬럼비아급(SSBN)'만으로도 산업기반이 '만성 병목' 상태라는 것이 CRS·GAO·로이터의 일치된 진단이다. 현재 버지니아급 생산 속도는 목표의 약 60%에 그치고, 컬럼비아급은 12~16개월 이상 지연됐다.
이 병목은 숙련 인력·서플라이 체인·야드 인프라가 동시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용 SSN 슬롯을 새로 배정하거나, 별도의 라인을 증설하는 안은 예산·인력·공정 간섭이 뒤엉켜 난도가 높다.
■ 현실적 시나리오
영국 정부 사이트 gov.uk는 현실적 시나리오로 ▲미국 본토 최종 조립·시험, 일부 모듈·블록은 한국 제작(규제 허용 범위 내) ▲초도함(lead boat)은 미국 조선소, 후속함은 한·미 분할 생산 ▲초기에는 정비(MRO)·훈련·훈련원자로 공동화 등 ‘준(準)생산’ 협력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봤다.
또한 gov는 기술이전과 핵연료 공급과 관련해서는 ‘AUKUS(미국⸱영국⸱호주 3자 안보 파트너십) 선례'의 한계와 조건을 짚었다.
핵추진 잠수함의 핵심 기술은 NNPI(해군 원자력 추진 정보)로,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다루는 영역이다. AUKUS에서도 미국·영국은 '가장 높은 비확산 기준'을 천명했지만, 타국 보편 모델이 아님을 명시한다. 즉, 한국에 동일 수준의 이전·공유가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료 문제도 쉬운 사안은 아니다. 한국은 고농축우라늄(HEU) 대신 저농축(LEU)로 설계된 원자로를 모색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IAEA 보장조치(Article 14)' 체계 설계가 필요하다. 연료주기 조달·반출입·검증을 어떤 방식으로 꾸리느냐가 협상의 최대 난제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의 핵연료 지원 요청이 있었다는 로이터 보도는 연료·연료주기 협상이 이미 테이블 위에 올랐음을 시사한다. 이는 '한-미 원자력협정(123협정)'의 세부 개정 또는 예외 적용을 동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미국을 발판으로 한 한국 조선업의 네가지 득(得)
미국의 군사전문 일간지 'Stars and Stripes'는 한국이 얻을 이점으로 ▲시장·레퍼런스 확대: 미국 내 군수·상선·MRO 동시 확장. 한·미 대형 조선사 간 생산성·기술 협력 MOU가 잇따른 가운데(HD현대–HII 등) 핵잠 플랫폼 일부라도 관여하면 세계 최고 난도 공정 레퍼런스를 축적 ▲규제 해자(垓字) 동원: 미국의 Buy American/보안 등급 장벽을 현지 법인·야드로 우회, 장기·고부가 파이프라인을 확보 ▲기술 지식 네트워크 형성: 원자로 격납·소음저감·진동·자재·조립공정 초정밀 기술 접점 확대. 직접 이전이 제한돼도 공정·품질·체계통합 노하우는 학습 가능 ▲'MASGA' 1500억 달러 패키지와의 연동: RG·직접투자 등 금융 장치를 레버리지 삼아 미국 내 설비 현대화·인수 가속(한화의 필라델피아 야드 인수·추가 투자 계획은 이미 공개) 등을 언급했다.
■ 7가지 리스크
다만 리스크도 배제할 순 없다. 가디언, gov, NK news 등 외신을 종합하면 리스크는 대략 7가지로 꼽힌다.

이에 gov는 미국 정부에 "AUKUS 최고 비확산 기준을 한국 맞춤형 표준으로 바꿔야 한다"며 "LEU 시나리오, 핵연료 반출입·반환, IAEA 상설검증 라인을 조기 시나리오링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국내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연료·보장조치·NNPI(미국 해군 핵추진 정보) 경계 설정, 의회 협의 로드맵 구상을 제안하고 미국 본토 최종조립 + 한·미 분업 블록제작의 모듈화와 표준화를 패키지 서둘러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보증 패키지를 선정비해 RG·정책금융·민관펀드를 다년 신용한도로 묶어 스폰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미 야드 병목 현상을 전제로 '준생산'-정비(MRO)-훈련-부품·소재 순으로 단계적 진입을 설계할 것을 제언했다. 초도함은 미국, 후속함은 분할 같은 계단형 로드맵이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국내에선 소음·진동·방사선 기계·고신뢰 용접·내충격 강재 등 핵추진 특화 소재·공정을 선정해 집중 R&D와 군수·상선 양면 전개를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출처
• Washington Post(10.29) – "U.S. will allow South Korea to build nuclear-powered submarine"
• CBS News / PBS / ABC News(10.29–30)
• Reuters(10.29) – "Lee asks Trump for nuclear fuel used in U.S. submarines"
• CRS • GAO 보고서 – 미 해군 버지니아·컬럼비아급 지연·생산 병목 분석
• KIS Issuer Comment(10.30)
• NK News / The Diplomat – 북·중·러 반응 및 전략적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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