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근로자 14만명 급감 속 나홀로 자영업 증가···고용 시장 양극화 구조 고착화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반도체와 화장품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의 수출 실적이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 및 에너지 비용 상승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경영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실물경제에 완전히 전이되기 이전까지는 실물 생산 지표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였으나, 유가 급등에 따른 공산품 가격 폭등이 생산자물가를 자극하면서 중소법인의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금융 안전망에 경고등이 켜지는 모습이다.
3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2026년 5월호 중소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 수출액은 297.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K-뷰티 열풍에 따른 화장품(21.3%↑)과 글로벌 AI 수요 확산에 힘입은 반도체(55.6%↑) 제품이 전체 수출 성장세를 견인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98달러 선까지 치솟고 두바이유가 105달러를 돌파하는 고유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생산 비용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따라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공산품(11.3%↑) 가격의 급등 여파로 전년 동월 대비 6.9% 상승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 체감 지수(SBHI)를 전월 대비 1.3p 하락시키는 직접적인 원가 타격으로 연결됐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중소기업 경기는 수출 품목의 호조세와 중동 리스크에 따른 비용 청구 요인이 격렬하게 공방을 벌이는 상반된 국면을 지나고 있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실물 생산 지표가 유지되더라도 원자재비와 고유가발 물가 압박이 한계 기업들의 체력을 갉아먹고 있는 만큼, 금융 완충력 보강과 대출 금리 부담 완화 등 금융 안전망을 선제적으로 강화하는 지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소법인 연체율 1% 돌파…대기업과 5배 격차 벌어진 '돈 가뭄'의 내막
수출 대기업들이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급 흑자 랠리를 펼치고 있는 것과 달리 내수 경기와 밀접한 중소기업계의 자금 사정 실적 지수(BSI)는 65.0으로 전월 대비 6.0p나 급락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금 사정 실적 격차는 21.0p까지 확대되며 기업 규모별 자금 사정의 양극화가 한층 고조됐다.
시중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와 은행권의 대출 영업이 겹치며 한 달 새 5조7000억원 늘어난 1085.8조원 규모로 불어났으나 이 자금이 생산적 투자보다 원가 상승에 따른 운영비 메우기로 소모되고 있다.
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들의 채무 상환 능력은 한계에 봉착했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92%를 기록하며 2달 연속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소법인의 연체율은 전월 대비 0.13%p 급등한 1.02%로, 마의 1% 선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은행권 연체율(0.76%)을 대폭 상회할 뿐 아니라, 대기업 대출 연체율(0.19%)과 비교하면 무려 5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 수치다.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역시 0.78%로 전월 대비 0.07%p 동반 상승해 소상공인 계층의 한계 상황이 지표로 실현되는 국면이다.
번듯한 일자리 줄고 '나홀로 사장' 급증…고용 시장의 역진적 양극화 구조
자금 경색의 영향은 고용 시장의 질적 저하라는 2차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 중소기업(300인 미만) 취업자 수는 2555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000명 줄어들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기업 취업자가 8만3000명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규모별로 보면 1~4인 이하 영세 소기업 취업자는 16만1000명 증가했으나, 중소기업의 중추인 5~299인 이하 중형 기업의 취업자가 17만명이나 급감하며 고용 구조의 허리가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임금근로자의 지위별 지표를 보면 고용 시장의 한파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안정적인 상용근로자가 전년 동월 대비 1만2000명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불황기 기업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임시근로자 수가 14만1000명이나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일용근로자는 2만8000명 늘어 고용의 질적 하락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노동 시장의 축소는 자영업자 수의 기형적 증가로 연결됐다. 고용원이 없는 이른바 '나홀로 자영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4.1만명 증가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임금 노동 시장에서 밀려난 퇴직자나 실업자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영세 소매업이나 음식점업 창업으로 대거 내몰리는 '생계형 창업 부풀리기' 현상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연구원은 "2026년 하반기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생태계는 수출 회복이라는 착시 이면에 1%를 돌파한 법인 연체율과 기초적인 임시직 고용 붕괴라는 구조적 침체가 심화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유가에 따른 공산품 가격 전가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단순히 수출 금액 증가율 수치에 취해 건전성 위기를 방치할 경우 하반기 한계 기업들의 연쇄 도산 리스크가 실물 경제를 악화할 위험이 있다"며 "정책 금융 대출의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등 선제적인 안전망 강화 조치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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