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김용대 위원] 이번 경주 APEC에서 이룬 여러 성과 중 눈에 띠는 '사건'이 하나 나왔다. 필자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볼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국내 언론들은 이를 단순히 스트레이트성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 1일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의 채널 다변화'가 정상 문구로 다뤄졌다. 이와 함께 70조원(40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5년 연장, FTA 2단계(서비스·투자) 가속, 공급망 협력 강화가 동시 발표되며 중앙–지방–민간을 한 줄로 잇는 '현장형 통로'가 복원됐다. 로이터도 이를 보도할 만큼 중요한 안건이었다.
■ 이번 합의의 본질은 '채널의 구조적 전환'
양 정상은 ▲지방경제 협의 채널 다변화 ▲FTA2 가속 ▲공급망 안정 협력 등에 합의했다. 이는 올해 통화스와프 재체결 및 다수 경제 MOU와 결합해 기업의 애로(인허가·보조금·산단 입주·통관·표준)를 지방정부–중앙정부가 동시 처리하는 상시 라인을 의미한다. 중앙만 오가던 수직 협의가 지방–민간을 포함한 수평 네트워크로 재설계됐다는 점이 핵심 성과다.
■ 왜 대형 호재인가⸱⸱⸱성(省) 단위의 체급
중국 톱티어 성들의 경제·인구 규모는 이미 '준 국가급'이다. 광둥은 2023년 GDP 약 13.5조 위안, 인구 1억2000만명, 장쑤는 2024년 GDP 13.7조 위안으로 집계된다. 산둥·저장도 각각 9~9.9조 위안, 9.0조 위안 안팎으로 추정된다. 성 몇 곳만 엮어도 한국 연간 수출시장을 하나 더 확보하는 체급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윤석열 정부 들어 급추락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대중 무역수지(관세통계·상품 기준)는 ▲2021년 243억 달러 흑자에서 ▲2022년 12.1억 달러 흑자로 급감했고 2023년엔 -180.4억 달러로 한중 수교 31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이어 ▲2024년에도 -69억 달러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2025년 1~6월 누계, 잠정) 역시 -69억 달러로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윤 정부가 대중 경제·외교를 사실상 '글로벌 진영 대결'로 밀어붙이며 고위급 경제대화 채널을 멈춰세웠던 게 그 원인이다. 특히 반도체 장비·화학·디스플레이·기계 등 중간재 중심 수출이 중국 내 자급화에 밀렸고 정치적 긴장으로 기업인 교류·투자 승인 절차가 경색되면서 양국의 실물 교역이 급감했다.
결국 한한령(限韓令)과 혐중론(嫌中論)이 맞붙으며 1992년 수교 이후 30년간 이어온 대중 무역 흑자 행진이 단 1년 만에 적자로 뒤집혔다.
하지만 이번 APEC에서 양국은 고위급 교류 재개와 함께 실물 협력 복원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스와프 재체결과 7건 내외의 경제협력 문건이 발표되며, 지방 직라인을 타는 프로젝트가 추진다.
■ 기업에 주는 직접적 변화
첫째, 인허가·보조금·통관·표준을 지방–중앙 동시 대응으로 처리해 리드타임을 줄인다. 둘째, 자유무역구(FTZ)나 도시에 깔렸던 네거티브 리스트(투자 및 교역 관련 규제에서 금지되는 항목만 명시하고, 목록에 없는 모든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나 보세창고·항만 같은 물류 인프라를 MOU로 묶어 사업화 속도를 높인다.
셋째, FTA2·스와프·공급망 핫라인이 작동하며 배터리·바이오·AI·장비 등 규제 민감 업종의 리스크를 흡수한다.
한마디로 여러 창구를 하나로 만들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잡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주요 지방 도시를 우선 타깃으로 3%p만 회복해도 연 수십억 달러의 추가 수출 회복 여지가 있다. 나아가 스와프·FTA2·공급망 대화체가 병행되면 항만·보세·디지털무역 특구를 통한 간접 유발수요까지 확대된다.
이번 경주 회담은 지방경제 협의 채널이라는 '현장 라인'을 제도화했다. 중국의 '성'급 정부는 중견국에 준하는 시장이며 성·자치구·직할시 등 이른바 '메가시티' 수는 총 46곳에 달한다.
양국은 이 같은 직통 네트워크를 얼마나 빠르게 표준화된 RFP(제안요청서)와 패키지형 MOU로 전환하느냐가 한국경제의 회복 속도를 가를 것이다. 핵심은 채널의 설계와 실행 속도다.
■ 간단 요약
• 1일 한·중 정상은 지방경제 협의 채널 다변화에 합의했고 스와프 5년 연장·FTA2 가속·공급망 협력안을 발표했다.
• 광둥·장쑤·산둥·저장 등 톱티어 성은 GDP와 인구에서 국가급 체급으로, 지방–지방 직통 라인의 경제 파급력이 크다.
• 관건은 표준화된 RFP·패키지형 MOU·핫라인 구축으로 기업 애로를 동시 처리하는 실행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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