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 지정 회피 논리에 에쓰오일 사례?···아전인수격 인용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쿠팡의 지주회사인 미국 쿠팡Inc가 올해 1분기 미국 정치권을 대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로비 자금을 투입하며 한국 정부의 재제를 저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 연방 상원 로비 공개법(LDA)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1분기에만 약 109만 달러(약 16억원)를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로비의 타깃은 한국에서 벌어진 납품업자 대상 갑질(과징금 약 22억원), 3370만명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산재 은폐 시도 등 노동 및 안전보건 이슈 등이다. 여기에 Bom Kim(한국명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 문제도 걸려 있다.
3370만명 정보 유출 조사와 '차별' 프레임의 충돌
쿠팡이 미국 정가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배경에는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쿠팡의 앱 오류 등으로 인해 3370만 건 이상의 고객 개인정보가 노출된 정황이 포착됐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쿠팡은 이를 '정당한 법 집행'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복성 조사'라는 논리를 전파했다.
실제로 미 하원 세출위원회 보고서에는 한국의 규제가 미국 기술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이는 쿠팡이 국내에서 발생한 법적·사회적 책임을 외교적 갈등으로 치환해 해결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미국은 이를 핵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 문제까지 들먹이며 '동맹의 균열'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익을 위해서라면 국가 간 신뢰를 해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김 의장의 의지가 먹혀든 모습이다.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국내 소비자의 막대한 데이터를 수익 모델로 활용하면서도, 그에 따른 관리 부실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르자 '미국 기업'이라는 국적을 방패 삼아 한국의 사법 주권을 무력화하고 있는 셈이다.
에쓰오일 사례 인용의 허구성과 동일인 지정 회피
김 의장과 쿠팡 측이 동일인 지정을 피하기 위해 내세우는 핵심 논리 중 하나는 에쓰오일(S-Oil) 사례다. 쿠팡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인 아람코가 최대 주주인 에쓰오일의 경우, 외국인 실권자가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법조계와 전문가들은 두 사례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한다.
에쓰오일은 외국 국가 기관이나 법인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인 반면, 쿠팡은 한국계 미국인인 김 의장이 차등의결권을 통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며 국내에서 사실상의 '총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의장의 친족들이 경영에 참여하며 고액의 보수를 수령하는 등 국내 재벌 기업과 유사한 지배 구조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에쓰오일의 사례를 끌어와 규제를 피하려는 것은 아전인수격 해석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투서기기'의 딜레마…옥그릇 보호와 쥐 잡기 사이
현재 한국 정부가 직면한 상황은 그야말로 '투서기기(投鼠忌器)'다. '쥐를 잡으려다 쥐 옆에 있는 옥그릇을 깨뜨릴까 걱정한다'는 뜻이다. 처리해야 할 대상이 귀중한 기물 옆에 있어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다.
쿠팡은 이 지점을 정확히 공략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국내법에 따라 쿠팡을 규제하려 할 때마다 미국 정가를 움직여 한미 FTA 위반이나 통상 마찰 가능성을 언급하게 함으로써, 한국 정부가 '옥그릇'인 한미 관계를 우려해 법 집행을 주저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이러한 행보가 지속될수록 국내 플랫폼 시장의 공정 경쟁은 저해될 수밖에 없으며 '외국계 기업은 법 위에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결국 정부는 옥그릇을 깨지 않으면서도 쥐를 잡아낼 수 있는 정교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쿠팡이 한미 관계를 볼모로 삼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이는 단순한 기업 규제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법적 권위와 직결되는 사안이 된다. 옥그릇이 두려워 쥐가 창궐하게 내버려 둔다면 집의 기틀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때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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