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면제 후 사업비 70% 삭감···산자부 R&D 예산 42억 불용
부처 간 중복 검토 패싱에 우주청 R&D 전면 중단···50억 전액 폐기
정보화전략계획(ISP) 미수립 반영···범정부 AI·위성 사업 연쇄 지연
[예결신문=김대성 기자] 2025회계연도에 새롭게 신설된 457개 신규 재정사업에서 예산 편성의 사전 검토 절차를 무시하거나 소홀히 해 예산이 대거 불용되거나 사업이 중단되는 구조적 부실이 나타났다.
14일 국회예산정책처 결산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신설된 신규 사업의 예산현액은 총 18조290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후 정밀 검토 미비, 부처 간 사업 중복 검토 생략, 필수 사전절차인 정보화전략계획(ISP) 미수립 등 사업 기획 단계의 총체적 부실이 사업 파행의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신규 정책 과제를 조기에 추진하기 위해 무리하게 예산을 반영하면서 국가 재정의 효율성과 신뢰도를 실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타 면제 후 사업비 삭감…70% 잘려 나간 산자부 R&D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부실 기획 사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R&D 사업에서 확인됐다. 산자부는 2025년 신규 사업으로 '미래 판기술 프로젝트(R&D)'를 신설하고 예산 60억원을 편성했다. 해당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후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안에 우선 반영됐다.
그러나 예산 편성 이후 수행된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결과 과제의 타당성과 적정 규모가 당초 기획 대비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평가돼 총사업비가 30%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사업 규모가 70%가량 급감함에 따라 당해 연도 집행이 불가능해졌고 결국 예산현액 60억원 중 42억원이 쓰이지 못하고 불용 처리됐다. 사업 타당성에 대한 검증 없이 예산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관행이 재정 낭비를 초래했다.
부처 간 중복 검토 생략…우주청 R&D 사업 전면 중단
부처 간 정책 조정 기능 마비와 사전 중복성 검토 부실로 예산 전체가 수몰된 사례도 발생했다. 우주항공청이 2025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 '혁신형 재사용발사체 핵심기술(R&D)' 사업은 예산현액 50억원 전체가 불용됐다.
우주항공청은 사업 기획 당시 방위사업청 등 타 부처에서 이미 추진 중이거나 계획된 유사·중복 사업과의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국회 예산 심의 및 결산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의 기존 발사체 연구개발 사업과 과제 내용 및 목표가 상당 부분 중복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결국 중복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 추진이 전면 중단됐고 편성된 예산 50억원 전액이 불용 처리되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 부처 간 사전 협의 체계의 부실이 초래한 예산 편성권 남용 사례로 꼽혔다.
사전절차 패싱의 연쇄 파급…AI·위성 사업 집행 차질
정보화 사업의 필수 사전절차인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지 않은 채 예산부터 편성하는 파행도 되풀이됐다. 행정안전부의 '범정부 인공지능 공통기반 구현' 사업은 총 예산현액 120억원 중 85억원이 이월됐다. 행안부는 ISP를 거쳐 세부 시스템 아키텍처와 보안 요건을 확정한 뒤 예산을 집행해야 했으나 사전절차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예산을 우선 반영했다.
이로 인해 사업 사업자 선정과 계약 체결이 연말까지 지연되면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우주항공청의 '위성활용혁신기반조성' 사업(35억원) 역시 동일하게 ISP 미수립 및 사전 기획 지연으로 22억원이 이월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결산 보고서를 통해 신규 사업의 사전절차 준수 여부를 예산 편성의 절대적 요건으로 강화하고 불용이 반복되는 구조적 부실 사업에 대한 재정 청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예결신문 / 김대성 기자 kds7@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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