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김지수 기자] 바야흐로 만물은 낙엽의 계절을 불러오고 한해의 결실을 마무리하는 4분기를 맞이했다. 누구나 지난 3분기까지 뿌렸던 결실을 기대하며 몸과 마음도 열매를 수확하는 행복을 만끽하며 여유와 함께 여행 등 알찬 구상에 젖을 시기이기도 하다.
이어질 겨울과 새잎 돋으며 만발할 꽃의 향연을 기다리는 싱그러운 상상과 함께…
그런 가운데, 지금은 현세에 거의 모든 사람과 불가분 사랑받는(?) 주식투자에, 새로운 다짐이 기지개를 켜는 시기이기도 하다. 생동하는 기운에 맞춰 봄부터는 재대로 수익을 올려보겠노라고.
주식투자는, 투자 대상 기업에는 무한성장을, 투자자들에게는 자금력·정보력·분석능력·고도의 인내력·평정심·물처럼 유연한 시류(時流) 대처 능력·상황 판단력과 확신·과감한 결단과 추진력 등등 인간이 가진 고도의 수양과 정신력이 요구되기도 한다.
바꿔 말하면, 주식투자는 돈 버는 승리를 맛보기 위해 뛰어든 전장과 다름없고, 그렇다면, 전략과 병법이 필수적으로 동원되는 시장임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 전투 상대(知彼= 시장)를 모르면서 치루는 싸움‥과연 이길 수 있을까?
전략의 기본은 현실 상황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우리는 그것을 좀 더 멋있게 말하면 지피지기(知彼知己)라고 부른다.
병법의 바이블로 회자 되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은 누구나 알지만, 대부분 개인투자자는 지피(知彼), 즉 상대가 누구인지·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어떤 실력가인지·상대의 장점과 단점·자금력·정보력·핵심 능력 등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다.
이길 수 있을까? 그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일까?
만약, 일반 개인이 UFC(격투기) 헤비급 랭킹 1위인 존 존슨(UFC가 공개한 지난해 말 기준)의 싸움 능력을 알았다고 해서, 존슨에게 덤비면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아마도 확률은 “0”일 것이다.
손자병법이 추구하는 내용을 그대로 보자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즉, 위태롭지 않다는 뜻으로, 싸우게 되더라도 맞아 죽기 전에 피신함으로써, 위태로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뿐이다.
전쟁터에 나가는 군대가 승리를 위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조건은 지피지기 그리고 천시(天時)와 지리(地理), 인화(人和)를 점검하는 일일 것이다.
맹자도 공손추 하편에서 이 말의 중요성을 언급한 적 있다. 즉, 우리가 어떤 일을 도모할 때, 하늘과 땅과 사람(天時, 地理, 人和)의 도움이 있어야 절반의 성공이 뒤따르며, 나머지는 집중력과 일을 실천하는 개인 능력에 달려있다 했다.
전장(주식시장)에 나서는 전사(개인투자가)가, 정보·업황·자금력·시장분석·게임 체인저 등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우위를 점한 게 얼마나 있는지를 과연, 제대로 점검 해 봤을지‥?
또는, 본인이 투자라는 전쟁터에 가격이나 정보전을 컨트롤 할 주도권은 장악하고 있는지? 등
아마도, 많은 독자분 들이 분석 대상(= 시장)을 알 수 없음에도, 미래의 주가에 대해서 (기대 가격대 분석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주식시장이라는 전장에 나선 투자자에게 가장 좋은 방책은? 바로, 당장 주식투자를 그만두라는 것이다.
■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고‥
한편, 주식투자를 하면서 많은 사람이 겪었던 경험들은,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올라간다는 것.
관측은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양자물리학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주가는 매매행위에 대해 투자자가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움직여질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인정하는 것에서 부터 출발한다.
투자자가 매수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상승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단 투자자가 매수하고 나면, 원했던 결과의 반대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투자자가 우량회사에 대해 재무를 분석한 후, 장미빛 희망으로 주가를 예측하고 주식 매수에 나섰는데, 기대와는 달리 내가 사니 떨어지는 경험들은 상당할 것으로 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이는, 투자자가 투자를 나설 때, 대상(=知彼)을 투자회사에 한정해 분석을 집중한 후 매입했겠지만, 실제 주가를 움직이는 장본인은, 회사가 아니라 다른 적(?) 즉, 수많은 다른 투자자들임을 고려하면, 과연 이들이 누군지, 무슨 생각과 전략을 확보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전투에 나섰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일 것이다.
따라서, 투자의 제1원칙은 투자자의 주가 예측은 틀릴 가능성이 크다는 현상을 항상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하라는 것이다.
나를 알고 적을 알아도 겨우 맞아 죽지 않을 정도인데, 적을 알 방법은 없고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으니, 이를 어찌하랴‥?
이에 불구, 이 두 가지(지피 + 지기 = 자신의 예측이 항상 틀린다는 것)를 확실히 인정해야 불태(不殆), 즉, 극단적인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단풍의 계절, 전쟁터를 바라보는 새롭고 위대한 전략적 사고를 위해, 한발 물러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함께, 낙엽이 흩날리는 가을의 향연에서, 낭만에 젖는 추억을 담아보는 건 어떨까?
■ 필자 김용대: 사학 전공. 여행가이며 자유기고가.
역사·병서·천문학 분야에 조예가 깊다. yong660128@daum.net
예결신문/ 김소산 기자 kds7@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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