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김용대 위원] 코스피가 4000선을 뜷었다. 오늘(30일) 기준 4086.89로 4100선을 바라보고 있다. 그야말로 난리가 나야할 이슈인데 시장과 언론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4000은 도착점이 아니라 출발선이 된 지금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2300선이던 지수가 단기간에 4000으로 폭등했다면 그 배경에는 단순한 '투기'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네 축이 작동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 산업 엔진: '조방원(조선·방산·원전)'에서 반도체로, 그리고 이차전지로
지난해부터 시장을 이끌어온 조방원 3인방은 여전히 건재하다. LNG선, 방산 수출, 원전 기술 자립 등 실적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여기에 최근 주도권을 넘겨받은 것은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중심의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열었고 기존 D램·낸드 가격도 감산 효과로 반등하며 '양손 호황' 구조를 만들었다. "기존 제품은 감산했는데도 수요가 넘친다. 값이 50% 이상 올랐다"는 사측 설명처럼 생산 감소가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불러온 셈이다.
뒤늦게 숨을 고른 이차전지도 재가동 중이다. AI 데이터센터용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가 늘며 새 성장축이 형성됐다. 산업의 엔진이 단일 섹터가 아닌 다중 동력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 밸류에이션 엔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과거 한국 증시는 실적 대비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늪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지배구조 개선,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 등이 신뢰를 끌어올렸다.
과거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5배에 머물던 반면, 대만 TSMC는 7배였다. 이 격차가 줄어드는 순간 지수는 단숨에 뛴다. 시장은 "이제 한국 기업에도 제값을 쳐주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고 기관투자가들도 멀티플 상향을 가정한 리포트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는 실적(E)의 증가와 평가배수(P/E)의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더블 레벨업' 국면이다.
■ 유동성 엔진: 돈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른바 '슈퍼위크'에는 미국 금리 인하와 QT(양적긴축) 종료 신호가 동시에 예고됐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을 다시 푸는 결정적 변곡점이다. "미국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풀고 이제 그걸 다시 흡수하던 QT를 멈추려 한다"는 표현처럼 자금이 돌아온다는 뜻이다.
외국인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ETF 중심으로 시장에 복귀하고 있다. 증시 신규투자자 1500만명 중 절반이 2030세대라는 통계는 '새 주식 세대'의 부활을 상징한다. 유동성이 방향을 정했다면 상승은 시간 문제다.
■ 정책 엔진: 시장 정상화 의지의 실체화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했다. 말뿐이 아니라 제도로 움직였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장사 지배구조 공시 강화 등 자본시장 패키지를 연말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선 이 모든 것이 '시장 신뢰 회복'으로 번역된다.
증시를 억눌러온 구조적 리스크가 제거되는 순간 평가점수는 높아진다. 정책이 지수의 베이스라인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 그래서 5000은 가능한가?
지금의 4000은 거품이 아니라 '정상화'의 중간지점이다. 특히 ▲반도체·조선·이차전지·방산이 이익을 늘리고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받으며 ▲유동성이 회복되고 ▲정책이 시장을 지지한다면 지수의 상승은 당연한 결과다.
4000에서 5000까지는 약 25% 상승이다. EPS가 두 자릿수 성장하고 멀티플이 10~15%만 확장돼도 충분히 도달 가능한 영역이다. 박시동 경제평론가는 "4000은 역사이고, 우리는 이제 그라운드 위에 서 있다"는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주식의 시점은 미래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변수도 있다.
첫째, 금리 인하가 지연되거나 QT가 재개될 경우 유동성 회수 리스크가 커진다.
둘째, 미·중 갈등이나 환율 급등은 수출기업의 EPS를 갉아먹을 수 있다.
셋째, 너무 빠른 랠리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운다.
넷째, 주도 섹터 쏠림은 조정의 빌미가 된다.
따라서 ETF·우량주 중심의 분산, 분할 매수와 수익 실현의 규율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 증시는 '축제의 초입'에 있다. 산업은 실적으로, 시장은 평가로, 정책은 신뢰로 뒷받침되고 있다. '4000은 과거'라는 말처럼 코스피 5000은 환상이 아니라 필연이다. 물론 단기 조정은 있겠지만 방향은 '우상향'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단 하나 '이 상승을 얼마나 건강하게 지속시킬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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