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신세린 기자] 최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은 자동차 부품을 비롯한 관세문제 외에 조선업 협력을 핵심 의제로 다뤘다. 미국 측은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약 15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기업 참여 패키지를 제시했고 한국은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자동차 관세 인하와 맞교환했다. 이제 조선업은 한미 산업전략 재편의 중심에 놓였다.
미국이 해군 및 상업선박 건조능력 강화를 위해 조선기자재, 조선기술역량이 높은 한국 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것이 확실시 되면서 한국 기업에게는 막대한 투자 및 미국 내 사업 기반 구축이라는 부담도 뒤따를 전망이다.
■ 한국 조선업이 누리는 강점, 그리고 풀어야 할 과제
한국 조선업은 이미 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글로벌 상위권을 차지해 왔다. 실제 작년 수출에서 조선업이 약 4%를 차지하며 전년대비 성장률 약 20%를 기록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미국 협력사업은 기술이전을 위한 촉매가 될 수 있다. 어제(2일) 미국 측 발표자료도 "한국 기업이 미국 조선업의 현대화와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언급이 나왔다.
하지만 도전도 적지 않다. 2일자 영국 일간지 '더 데일리 스타(The Daily Star)'는 ▲첫째, 한국 조선업이 그간 차지해온 글로벌 수주경쟁에서 중국 업체가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점 ▲ 둘째, 미국 현지에서 조선기자재 조달·노동인력 확보·지방정부 인허가 등 사업환경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점 ▲셋째, 한국 내 인력·청년층 인구감소 현상 등을 장기적 과제로 지적했다.
■ 이번 협약이 조선업에 미칠 주요 변화
이날 미국 유력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수주구조의 다변화 및 방위·상업 선박 융합 가속'도 언급했다.
미국 조선협력 패키지는 단순 상업선박을 넘어 군수물자·해군 함선 정비까지 범위가 넓다. 이는 한국 조선사의 기술력을 군수·상업 영역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진입장벽은 분명히 존재한다. 매체는 "한국 조선업은 미국과 협력을 통해 수출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질 수 있지만, 미국 내 조선소 및 선박 건조에 요구되는 로컬 조달·노동 규정 등이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환율·자금 유출 리스크와 연계된 구조 변화도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무역협상에서 한국이 약속한 투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됨에 따라 원·달러 환율 등 금융시장 변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조선업 투자에도 비용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전략 없으면 기울어진 운동장
한국 조선업은 이번 한-미 협약을 기점으로 기술·시장 확대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러나 협약 자체가 곧 수혜로 직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의미 있는 수주를 확보하고 ▲현지 인프라를 구축하며 ▲기술 이전과 현지화에 성공해야만 이번 기회를 실질적 성장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친환경·저탄소 선박 수요 증가라는 세계적 흐름도 맞춰야 한다. 단순히 미국 조선소 건설·정비 파트너로서 머무르기보다는 한국이 강점을 지닌 LNG 선·메가컨테이너선 및 차세대 친환경 선박 기술을 미국 협력 프로젝트에 접목하는 것도 중요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관세 타결이 자동차·부품산업에 대한 환기였다면, 조선업은 새로운 글로벌 질서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새롭게 규정하게 된 전환점"이라며 "조선업은 단순히 수출품목이 아니라 미국과의 산업협력, 방위·상업선박 융합, 친환경 전환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관건은 규모가 아니라 전략적 실행력과 현지화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 간단 요약
• 미국 시장 진출, 군수·상업 복합 수주 확대, 친환경 선박 기술 접목 등 기회
• 진입장벽과 비용부담···현지화·기술혁신·글로벌 금융 리스크 대응력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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