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진입 늘고 소매·음식업 등 전통적 부문 쇠퇴 뚜렷
단순 지원 넘어선 사회안전망 구축과 전직 지원책 필요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대한민국 자영업 시장이 일시적인 경기 변동의 차원을 지나 인구구조 변화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과잉 공급 상태를 유지해 온 자영업 생태계가 인구 감소와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본격적인 축소 및 재편 과정에 들어선 것이다.
24일 국회미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 시장은 2019년을 기점으로 중대한 변곡점을 지났다. 2019년은 우리나라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든 시기로, 이와 맞물려 경제활동인구 대비 자영업자 비율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경기 불황 시기에 자영업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회복기에 줄어들던 주기적 현상과는 궤를 달리하는 구조적 하락으로 분석된다.
고령층 생계형 창업 증가와 업종별 양극화
자영업 시장 내부의 인구 구성 변화는 더욱 가파르다. 청년층의 진입은 정체된 반면 은퇴 후 생계 유지를 목적으로 한 고령층의 자영업 진입은 급속히 늘었다. 이러한 고령층의 무리한 창업은 자영업 시장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소매업과 음식업 등 진입 장벽이 낮은 전통적 자영업 부문에서 영세 사업자의 몰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인 대면 서비스업의 쇠퇴는 디지털 전환 역량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가속화된 비대면 소비 문화와 디지털 확산은 준비되지 않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디지털 플랫폼 활용 능력이나 온라인 판로 확보 여부에 따라 자영업자 간의 매출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전통 자영업 부문의 구조적 쇠퇴를 앞당기고 있다.
부채 누적과 자생적 전환 능력의 한계
자영업자의 재무 건전성 악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부채 현황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특히 매출 구조가 취약한 영세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부채 상환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보고서는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시장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자생적 전환 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금융 지원이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단기 대책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디지털 전환 역량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맞춤형 교육과 기술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재진입을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자영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득과 고용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보호 시스템 강화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폐업을 선택한 소상공인 중 상당수가 임금 노동자로의 전환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을 노동시장에 흡수할 수 있는 재교육 및 일자리 대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에 폐업 이후 소득 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 기반의 재취업 연계 시스템을 마련하고, 전직 훈련과 컨설팅을 통합한 패키지형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영업에서 임금 노동으로의 전환은 가치관과 생활 방식의 변화를 동반하므로 이에 대한 심리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우리나라 자영업 시장은 인구구조 변화와 디지털 확산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폐업 자영업자를 노동시장에 흡수할 수 있는 노동 재교육 및 적극적인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며, 소득 단절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기 실업안정 제도와 전직 지원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자립도 및 향후 전망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각 지역의 자영업 경기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지방세 수입이 지자체 재정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자영업자의 매출 감소와 폐업 증가는 곧바로 지역 재정 악화로 이어진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세입 기반이 불안정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속 가능한 자영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과잉 공급된 부문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하되, 그 과정에서 탈락하는 계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설계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공통된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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