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하남시의 2025년 통합회계 예산 총계는 1조982억원이다. 일반회계 9137억, 공기업특별회계 769억, 기타특별회계 206억, 기금 870억으로 전년 예산(1조442억 원)보다 540억원(5.17%)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지표는 동시에 악화됐다.
28일 시 예산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시 재정자립도는 47.75%, 재정자주도는 58.33%였지만, 올해 재정공시에서는 재정자립도 43.21%, 재정자주도 53.54%로 각각 4.5%p, 4.8%p 떨어졌다.
2025년 통합재정수지는 698억원 적자다. 시는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을 모두 포함한 순수입에서 순지출을 차감한 결과 698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동일 유형 지자체 평균(-897억 원)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작년에도 세출과 세입이 균형이 빠듯한 구조가 나타난 바 있다. 지방세·지방교부세 감소로 전국 기초지자체의 통합재정수지가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흐름과 맞물린 결과다.
전국적으로도 작년 지방자치단체 예산은 소폭 증가했지만,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더 커졌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재산세·지방소득세 등 부동산·경기 관련 세원이 줄어든 반면 복지·교통·환경 등 의무지출은 늘어나면서 '예산은 늘었는데 살림살이는 더 빠듯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하남시에도 그대로 나타난 셈이다.
■ 재정안정화기금 고갈·지방채 증가…"남은 돈·빚진 돈 지표 모두 악화"
재정위기 신호는 재정안정화기금과 지방채에서 더욱 선명하다. 하남시의회 시정질문 자료에 따르면, 하남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잔액은 2022년 말 1623억원 → 2023년 839억원 → 2024년 662억원 →
2025년 현재 298억원으로 급감했다.
오승철 시의원은 "재정안정화기금은 1600억원대에서 300억원 안팎까지 줄었는데, 하남시 지방채는 240억원 추가 발행으로 총 330억원까지 늘었다"며 "재정을 확인하려면 남은 돈과 빚진 돈을 보면 되는데 둘 다 나빠진 상황에서 시는 계속 개발만 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성삼 시의원도 "재정자립도 하락, 통합재정수지 적자 확대, 채무 증가 등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일제히 악화됐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시설투자보다 구조적 적자 체질을 고치는 작업이 우선"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2023년 통합재정안정화기금 1280억원을 모두 전입해 적자를 메우고 2024년에는 지방채 240억원을 발행할 정도로 지자체 재정운영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기존 경고와도 맞닿아 있다.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세수 결손을 기금 전입과 채무 발행으로 메우는 방식은 단기 처방일 뿐,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 개발·SOC vs 복지… 숫자로 본 2025년 예산 배분
2025년 일반회계 세출 9137억원 가운데 사회복지 예산은 4515억원(49.41%)이다. 2024년 예산 기준 사회복지 분야 세출액 대비 300억원 안팎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교통 및 물류는 794억원(8.69%), 국토 및 지역개발은 269억원(2.94%)으로, 도로·대중교통 인프라와 각종 개발계획에 적지 않은 재원이 배분됐다. 반면 환경(521억, 5.70%), 문화·관광(488억, 5.35%) 등 삶의 질·도시이미지와 직결된 분야는 5%대 수준이다.
작년 시가 추진한 '복지+교통·개발' 투트랙 전략이 재정압박 속에서 어디까지 가능한지가 올해 예산의 핵심 쟁점이다.
■ K-스타월드 '속 빈 강정' 논란…대규모 개발사업이 남긴 질문
시의 재정논쟁 한복판에는 K-스타월드 사업이 있다. 이현재 시장의 핵심 공약인 이 사업은 대형 공연장·엔터테인먼트 시설, 관광·상업시설 조성 등을 내세우며 '문화·관광을 통한 자족도시' 비전을 앞세운다.
그러나 시의회 오승철 의원은 "외형만 화려한 '속 빈 강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국내 유사 공연·복합리조트 사례를 들며 "수익 구조가 불투명한 대형 문화·관광 사업은 막대한 적자와 채무를 남길 위험이 크다"며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사업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25년 예산에서 국토·지역개발과 교통·문화·관광 분야 예산이 모두 늘어난 것은 광역교통망 확충과 도시개발, 문화도시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통합재정수지 적자·재정안정화기금 고갈과 겹쳐졌을 때의 위험도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축제·문화예산·국외여비·업무추진비…"상징적" 논란
시는 올해 행사·축제경비 56억원(일반회계), 업무추진비 7억원(기관운영 3억, 시책 4억), 국외여비 3억원(국외업무 1억, 공무원 국외훈련 2억) 을 편성했다. 세출 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축제경비 약 0.5%, 업무추진비·국외여비는 0.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그럼에도 축제·문화예산 삭감과 복원 논쟁은 지역 정치·시민사회 갈등의 뇌관이 됐다. 시의회가 버스킹 공연과 문화재단 공연·축제 사업 예산 등을 잇따라 삭감하자 지역 문화예술계와 시민들은 "축제예산 삭감 철회·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성명을 쏟아냈다.
시의회는 이에 대해 "선심성·전시성 사업을 줄이고 민생·복지에 집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반박하며 축제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일부 서명운동을 향해 공식 입장문까지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축제·국외여비·업무추진비는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지만, 재정위기 국면에서 "어디부터 줄일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항목이라는 점에서 여야·시민사회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 시민·전문가가 본 하남 재정…"중장기 진단과 구조조정 시급"
시민사회는 재정운영의 방향성과 참여 방식에 주목한다. 하남시는 2025년 주민참여예산으로 총 52개 사업(15억원)을 편성했고, 노후 도로·보도 재포장, 자전거도로 보수 등 생활밀착형 사업을 대표사례로 제시했다.
또 2025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시민 설문조사를 실시해 생활불편·생활안전·복지 수요를 파악했다고 밝혔지만, 거시적 재정위기 국면에서 시민의 의견이 실제로 어디까지 반영됐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지방재정 관련 연구와 전문가들은 "부동산·경기침체로 세수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과 불요불급 사업 정리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의존형 세원을 줄이는 세입 구조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라살림·지방재정 관련 분석에서는 통합재정수지를 "해당 회계연도 재정활동이 흑자인지 적자인지 보여주는 핵심 척도"로 규정하며 연속적인 적자를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라고 경고한다.
하남시가 -698억원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K-스타월드 같은 장기·대규모 사업의 재원조달·운영계획을 더 세밀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 '1조 예산 시대' 하남, 무엇을 먼저 지킬 것인가
하남시는 시 승격 이후 처음으로 1조원대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도시가 됐다. 2025년 예산은 복지와 교통·환경·교육 등 필수 분야를 중심으로 예산을 늘리면서도, 개발·문화·행사 사업을 통해 도시 경쟁력과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재정자립도·자주도 하락, 통합재정수지 698억 적자, 재정안정화기금 고갈, 지방채 확대라는 네 가지 경고등이 동시에 켜진 상황에서, 전시성 논란이 반복되는 개발·축제·국외여비보다 시민 생활안전·복지·재정건전성을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인지가 향후 하남 재정정치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시의회는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고, 시민단체와 문화·복지 현장은 '삶의 질과 공공서비스의 후퇴'를 우려한다. 중앙정부의 긴축 기조와 세수 감소가 이어지는 한, 시 재정 운용은 작은 판단 하나하나가 미래 세대의 빚과 도시의 방향을 동시에 결정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예결신문은 추후 2025년 예산 집행 상황과 2024 결산서가 발표되는 대로 불용·이월·순세계잉여금 구조를 통해 '말로만 긴축인지, 실제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는지'를 더 깊이 점검할 예정이다.
■ 출처
• 하남시 '2025년 예산기준 재정공시'
• 2025년도 예산안 심사
• 2024년 추경·성과보고서
• 하남시의회 보도자료·회의록
• 전국 지방재정 동향·연구자료: 지자체 통합재정수지·세수결손 분석 및 지출 구조조정·세입 구조 개편 관련 연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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