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력 없는 '계획'만 난무⸱⸱⸱농업 특수성 반영한 독립된 '기후 법률' 부재가 원인
전문가들 "예산 집행 법적 근거 마련⸱⸱⸱'생산 중심'에서 '환경 중심'으로 농정 패러다임 바꿔야"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대한민국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선포했지만, 정작 온실가스 배출의 핵심 축인 농축산 분야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한쪽으로는 '메탄 감축'을 외치면서, 다른 한쪽에선 메탄 배출원인 가축 사육 규모를 늘리는 모순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 엇박자'의 근본 원인이 농업 부문의 특수성을 반영한 독립적이고 구속력 있는 기후 법률의 부재에 있다고 진단하며, '농업기후위기대응법(가칭)' 제정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 "브레이크 밟으며 엑셀 밟는다"⸱⸱⸱모순에 빠진 정부 전망
앞선 1, 2편의 연재를 통해 우리는 정부가 낡은 통계로 실제 메탄 배출량을 60%나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배출의 73%를 차지하는 돼지 분뇨의 에너지화 실적이 14%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의 사육 규모조차 감당하지 못해 막대한 메탄을 대기 중으로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미래 전망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1일 농식품부의 중장기 전망에 따르면, 소와 돼지의 사육 마릿수는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메탄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된 돼지의 경우, 오는 2050년 사육 두수가 2021년 대비 약 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제메탄서약(2030년까지 30% 감축)' 및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배출원을 줄이거나 획기적인 관리 기술을 도입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배출원 자체를 급격히 늘리겠다는 계획은 '탄소중립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후솔루션 이상아 연구원은 "현재의 오염원 증가 전망을 유지하면서 메탄을 줄이겠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사육 두수 증가 전망치에 맞춰 메탄 감축 목표를 비현실적으로 높게 잡거나, 아니면 사육 두수 자체를 환경 용량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권고' 뿐인 농정⸱⸱⸱예산 집행의 '법적 강제성'이 없다
왜 이런 모순이 발생할까. 전문가들은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할 '법적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현재 국가 전체의 탄소중립 정책은 '탄소중립기본법'을 따르지만, 이는 선언적 성격이 강해 농업 현장의 구체적인 이행을 강제하기 어렵다. 농식품부가 수립하는 각종 '계획'이나 '전략'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 지침에 불과해 정권이나 장관이 바뀌면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 예산 집행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법적 의무가 아니기에 농가들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바이오가스화 시설 도입을 꺼리고 정부 예산은 여전히 농가의 반발이 적은 전통적인 퇴⸱액비화 지원이나 생산성 향상 사업에 집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인하대 황용우 교수는 "현재의 농업 관련 법령들은 과거 식량 증산 시대의 유물로,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환경 관리'와 '기후 대응'을 강제하기엔 역부족"이라며 "탄소중립기본법의 하위 법률로 농업 분야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독립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생산'에서 '환경'으로⸱⸱⸱"농정 헌법 바꿔야"
이번 '지구를 데우는 가축분뇨' 보고서를 발표한 연구팀과 환경⸱농업 전문가들은 가칭 '농업기후위기대응법(또는 농업탄소중립법)' 제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첫째, '정확한 통계 보고 의무화'다. 1편에서 지적한 '통계 오류'를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산 농가에 대해 실제 배출량과 분뇨 처리 현황을 2006년 IPCC 지침 등 최신 기준에 맞춰 정부에 보고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정확한 데이터가 예산 배정의 기초가 돼야 한다.
둘째, '배출 책임제 및 에너지화 지원의 법제화'다. 돼지 등 다배출 축종의 대규모 사육 농가에는 바이오가스화 시설 설치나 위탁 처리를 의무화하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동시에 여기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정부가 일정 가격 이상으로 의무 구매하도록 법으로 보장해 농가가 '환경을 지키는 것이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예산의 칸막이 제거와 기후 예산 우선 배정'이다. 농업 경쟁력 강화 예산과 환경 개선 예산이 따로 노는 현행 구조를 타파하고 모든 농업 보조금 지급 기준에 '탄소 감축 기여도'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예산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변화를 두려워해 낡은 방식의 지원금만 뿌린다면 결국 글로벌 탄소 무역 장벽 앞에서 대한민국 농업 전체가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제는 법과 제도를 통해 농정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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