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뇨 에너지화 핵심인 바이오가스 회수율은 14% 불과⸱⸱⸱80% 이상 '방치'
전문가들 "돼지 분뇨 특화된 핀셋 정책 부재⸱⸱⸱예산 투입 우선순위 완전히 틀렸다"
[예결신문=백도현 기자] 대한민국 축산 부문의 메탄 배출 실태를 분석한 결과,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타깃은 '돼지 분뇨'로 밝혀졌다. 전체 가축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대다수가 특정 축종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감축 정책은 배출 비중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평이하게 집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기후솔루션과 인하대 황용우 교수 연구팀의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가축분뇨 처리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 중 돼지 분뇨가 차지하는 비중이 73.3%에 달했다. 이는 한⸱육우 및 젖소(23.3%)와 닭(3.4%)을 모두 합친 것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돼지 분뇨가 국내 농축산 온실가스 관리의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 왜 돼지 분뇨인가?⸱⸱⸱'슬러리' 방식이 부른 메탄의 공습
돼지 분뇨가 이토록 압도적인 메탄을 내뿜는 이유는 사육 및 분뇨 관리 방식에 있다. 소의 분뇨는 통상 깔짚 등과 섞여 고체 형태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돼지는 분뇨에 물이 섞인 '슬러리(Slurry, 액상 분뇨)' 형태로 관리되는 비중이 높다.
이 슬러리 형태의 분뇨는 공기가 차단된 상태에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혐기성 소화'를 촉진한다. 이 과정에서 메탄이 대량으로 발생하게 된다. 즉, 돼지 분뇨는 그 자체로 강력한 '메탄 제조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부가 사육 두수 관리나 단순 시설 지원에 매몰되어 있는 동안, 이 슬러리 방식의 근본적인 환경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황 교수는 "국내 축산 메탄 배출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할 때, 돼지 분뇨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현재처럼 모든 축종에 예산을 골고루 나누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 '바이오가스화'가 정답⸱⸱⸱하지만 회수율은 단 14%
돼지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술적 해법은 '바이오가스화'다. 분뇨를 밀폐된 탱크에 넣어 발생하는 메탄을 포집한 뒤, 이를 전기나 열에너지로 바꾸는 방식이다. 메탄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대신 유용한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돼지 분뇨 중 바이오가스화 시설에 투입돼 메탄이 회수되는 비율은 고작 14%에 불과하다. 나머지 80% 이상의 돼지 분뇨는 여전히 메탄이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노출된 형태의 퇴비화나 액비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메탄 발생의 73%를 차지하는 주범을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저조한 회수율은 정부 정책의 실패를 상징한다. 그동안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축산 환경 개선에 쏟아부었지만, 정작 메탄 감축 효율이 가장 높은 바이오가스화 시설 확충에는 소극적이었다.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지역 주민의 반대,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이 걸림돌이 됐음에도 정부의 중재와 지원책은 현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 빗나간 예산 우선순위... "돼지 분뇨 핀셋 정책이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농축산 예산 집행 우선순위가 완전히 잘못 설정됐다고 비판한다. 배출 기여도가 73%인 돼지 분뇨 관리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데 현실은 축종 구분 없는 보편적 지원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 이상아 연구원은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에는 메탄 감축 목표가 별도로 수립되어 있지 않거나, 있더라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부족하다"며 "특히 돼지 분뇨 처리를 위한 바이오가스 시설 확대는 민간과 공공이 협력해야 하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인할 수 있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체계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는 축종별 메탄 배출량을 세부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배출량을 정확히 알아야 타깃을 설정할 수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뭉뚱그려져 있으니 정책이 겉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와 이에 기반한 '핀셋 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 "바이오가스 의무화와 에너지 수익 보전 시급"
축산 환경 및 기후 전문가들은 돼지 분뇨 메탄을 잡기 위해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첫째, 바이오가스화 시설의 의무화 및 거점화다. 개별 농가가 시설을 갖추기 어렵다면 시·군 단위의 공공 거점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돼지 분뇨의 투입 비중을 강제하는 수준의 강력한 행정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에너지 판매 수익의 보전이다. 환경 에너지 분야의 한 전문가는 "바이오가스를 통해 생산된 전력이나 열에너지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직접 연계해 농가가 '분뇨가 곧 돈이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셋째, 가축분뇨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관리 강화다. 단순히 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배출량이 많은 대규모 양돈 농가를 중심으로 메탄 감축 기술 도입과 보고를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결국 14%라는 저조한 회수율은 대한민국 축산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다. 배출의 73%를 차지하는 돼지 분뇨를 외면한 채 탄소중립을 외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통계의 진실을 마주하고, 돼지 분뇨 메탄 감축에 예산과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이 기사는 기후솔루션과 인하대 환경공학과 황용우 교수 연구팀의 '지구를 데우는 가축분뇨: 지속가능한 농축산을 위한 해결 과제' 보고서를 기반으로 심층 분석했습니다. 제3편에서는 정부 정책의 모순점과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법·제도적 해결 방안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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