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발밑 싱크홀 막는 노후 하수관로 정비 사업은 '재원 부족' 줄줄이 감액
보이지 않는 안전 인프라 복원 시급
[예결신문=김지수⸱백도현 기자] 서울시는 2026년도 예산안을 통해 '안전하고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5일 예결신문이 시의회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에는 행정 절차를 무시한 속도전이 벌어지는 반면,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지하 안전' 예산은 구조조정의 칼날을 맞고 있었다. 시 우선순위가 시민의 안전보다 시장의 치적 쌓기에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 절차적 정당성마저 뭉개진 '시장님 관심 사업'의 프리패스 행정
지방재정법과 시 조례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엄격한 사전 검증을 요구한다. 예산 낭비를 막고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여서다. 그러나 올해 시 예산안에는 이러한 법적 절차를 요식행위로 취급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환경수자원위원회 소관 예산안 중 '뚝섬한강공원 진입램프(청담대교) 경관 조명 개선'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은 13억원의 신규 예산이 편성됐으나, 필수 절차인 '기술용역 타당성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예산안에 먼저 반영됐다. 시의회 전문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사전 절차가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을 편성한 것은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력화하고 행정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강 사계절 축제와 수상 레저 활성화 등 오 시장의 공약 사항들은 마치 '치외법권'에 있는 듯하다. 이들 사업 중 상당수는 '투자 심사' 결과가 확정되기도 전에 증액 편성되거나 예산안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사업의 시급성을 명분으로 행정 절차를 생략하는 관행은 결국 부실 시공이나 예산 낭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제333회 예결위 시의원 질의에는 "투자 심사와 타당성 조사는 시장의 의지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법적 의무다. 이를 건너뛰는 행정은 시민의 혈세를 '묻지마 투기'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 "땅밑이 뚫리는데"⸱⸱⸱시민 안전 예산은 가혹한 구조조정 타겟으로 전락
화려한 조명이 한강을 밝히는 동안 시민들이 매일 밟고 지나가는 도심의 발밑은 위태롭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서울 시내 곳곳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싱크홀) 사고로 시민 불안이 극에 달해 있지만, 정작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후 하수관로 정비' 예산은 대거 삭감됐다.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반침하의 주범인 노후 관로를 교체하는 사업들이 '재원 부족'을 이유로 무더기 감액됐다. 구체적으로 ▲노량1-2 소구역 하수관로 정비 사업은 당초 요구액 49억원에서 무려 20억원(40.7%)이, ▲옥수-1소구역 11억원 ▲고척2-7 소구역은 10억원이 각각 잘려나갔다.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인프라 예산이 '시장님 관심 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기반 시설 노후화가 심각해 현대화가 시급한 중랑물재생센터 시설현대화 사업은 무려 80억9000만원이 삭감됐다. 하수관로 정비 지연은 단순한 시설 노후화를 넘어 대형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예산 삭감은 오 시장이 강조해 온 '안전 서울'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든다.
■ 상수도 행정 난맥상과 환경 사업 비효율이 부른 예산 미스매치
환경수자원위원회 소관인 상수도 분야 역시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시는 오는 2040년까지 장기사용 상수도관 정비를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올해 정비 계획은 목표치인 연간 60km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사고이월'과 '불용'의 반복으로 인한 재정 경직성이다.
전문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광역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설치 사업은 입지 결정 관련 소송 지연으로 인해 442억6000만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이 한 푼도 쓰이지 못한 채 다음 해로 넘어갔다. 이는 예산 편성 단계에서 사업의 실현 가능성과 소송 리스크를 면밀히 따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한쪽에서는 소송으로 수백억 원이 묶여 있는 사이, 다른 쪽에서는 돈이 없어 노후 하수관을 바꾸지 못하는 극심한 '예산 미스매치'가 시 행정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시의회는 "진정한 '안심 도시'는 시민이 밟는 땅밑이 꺼지지 않는다는 신뢰에서 시작된다"며 "시장의 치적을 위해 법적 절차를 우회하는 행위를 멈추고, 보이지 않는 곳의 안전을 살피는 행정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처
• 환경수자원위원회 소관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
•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소관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
• 제333회-제1차-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
• 기타 예산 총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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