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금리 충분히 낮출 것"⸱⸱⸱내수 부진 타개 위한 선제적 피벗
트럼프발 통상 불확실성과 건설 경기 침체 대응 위한 정책 조합 본격화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이는 지난 2월 인하 이후 불과 3개월 만의 추가 조치로, 시장의 동결 예상을 깨고 '경기 부양'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가 이처럼 속도전에 나선 배경에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0%대 성장'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무려 0.7%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비상 상황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 관세와 건설 투자 부진이 성장률 발목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을 대폭 수정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시화된 보편적 관세 정책과 통상 압력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미 수출 규제는 직격탄이 됐으며 특히 자동차와 이차전지 분야의 수출 증가세가 꺾이면서 전체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둘째는 내수 경기의 핵심인 건설 투자의 가파른 하락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0.7%포인트 하향 조정폭 중 건설 투자 부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0.4%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건설 현장의 한파는 심각한 수준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가 지연되고 신규 착공이 중단되면서 실물 경제의 모세혈관이 막혔다는 진단이다.
물가 안정 확인으로 확보된 통화 정책 여력
다행히 물가 지표는 금리 인하의 명분을 뒷받침하고 있다. 5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를 기록하며 한은의 목표치인 2.0% 아래로 안착했다.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유지해왔던 고금리 정책이 마침내 물가를 잡는 데 성공하면서 이제는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정상화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안정을 보이는 만큼 이제는 실물 경기와의 조화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며 "향후 금리를 충분히 낮춰 경기 하방 위험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돼 시장의 기대를 자극했다.
추가경정예산과의 정책 공조와 환율 변동성 리스크
금융권에서는 이번 금리 인하가 신임 정부 출범 이후 논의 중인 추경 편성 등 재정 정책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정책 조합(Policy Mix)'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할 때 한은이 금리를 낮춰 자금 조달 비용을 줄여주는 형국이다.
다만 원⸱달러 환율의 높은 변동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가 다시 벌어질 경우 자본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외환 당국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통상 압박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미세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경기 부양이라는 대의 앞에 환율 리스크는 차순위로 밀린 모양새다.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경계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한은은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지방은 하락세가 지속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은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등 금융 규제를 통해 부채 규모를 통제하되, 금리 인하의 혜택이 실질적인 생산적 투자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결국 5월의 피벗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한 절박한 선택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예결신문 / 신하연 기자 beliga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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