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신문=신세린 기자] 한미 관세 협상으로 자동차 부문의 25%→15% 인하가 확정되며 시장이 안도했지만, 철강산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국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섹션 232(Section 232)' 철강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한 이후 변화가 없어서다.
백악관은 지난 6월 3일 발표문에서 "미국 철강·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관세를 50%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고, 이어 8월 18일에는 "407개 철강·알루미늄 파생품에도 동일한 관세를 적용한다"고 추가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한국·EU·일본 등 우호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는 전면 강화 조치로, 자동차·조선 부문의 관세 인하와는 다른 흐름이다. 결과적으로 철강은 ‘관세 완화의 수혜’가 아니라 ‘관세 강화의 피해’에 놓인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 철강만 50% 관세…관세 인하의 사각지대
앞서 로이터는 6월 4일자 기사에서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 관세를 50%로 두 배 인상했다"고 보도하며 '트럼프식 공급망 민족주의의 귀환'으로 해석했다.
관세율이 두 배로 높아진 철강은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중 가장 직접적인 타격군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약 160만 톤(약 28억 달러) 수준이었으며 현대제철·포스코·세아제강 등 주요 업체들은 50% 관세 적용 시 톤당 180~200달러의 가격상승 부담을 지게 된다.
게다가 미국은 'Buy American Act(미국산 우선조달)'과 로컬콘텐츠 요건을 병행해 철강소재 수입 자체를 억제하고 있어 '관세로 가격을 높이고 조달규정으로 수입을 제한하는 이중 압력'이 형성되고 있다.
■ "현지화밖엔 길이 없다"
현대제철은 미 루이지애나 주에 58억 달러 규모 일관제철소 신설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는 자동차용 고장력강(590~1470 MPa)·전기강판·도금강판을 북미에서 직접 생산해 232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포스코도 미 남부 '철강 밸리' 진입을 검토 중이며 고급강판 현지 가공·슬리팅 거점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관세는 내려갔지만 철강 관세는 두 배가 됐다"며 "결국 북미 현지 공장 없이는 원가·납기·관세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미국-유럽 '규제 장벽 강화'
한편,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CBAM)를 본격 시행한다. 이는 철강 수출 시 제품별 탄소배출량(kg CO₂/t)을 의무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달 30일자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달 BHP와 수소환원 제철(저탄소 환원철) 공동개발을 확대하는 MOU를 체결했고 현대제철 역시 전기로 전환·HBI(Hot Briquetted Iron) 도입으로 내재배출 감축 로드맵을 가동했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규제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안보 명분(50%), 다른 하나는 환경 명분(CBAM)으로, 한국 철강은 가격 경쟁력보다 '규제 대응력'이 더 중요해진 국면에 들어섰다.
■ 제품 믹스·고급소재 중심 전환
고장력강과 전기강판은 여전히 수요가 견조하다. 미국 전기차·송배전 인프라 확대에 따라 비정방향성 전기강판(NGO), 방향성 전기강판(GO)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에너지·조선 부문 투자 증가로 STS 배관·크라이오(극저온) 강재 수요도 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8월 18일 전기강판 라미네이션·코어 및 일부 STS 제품까지 232 대상에 추가해 이 부문도 관세 회피가 어려워졌다.
결국 한국 기업은 현지 모터코어·변압기 OEM 합작, 슬리팅·스태킹(가공) CAPA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철강은 관세의 혜택을 못 본 산업이 됐다. 자동차·조선·반도체가 관세 타결의 직접 수혜를 입었다면, 철강은 '안보'·'환경'·'조달 규제'라는 삼중 장벽을 맞은 셈"이라며 "앞으로 2년은 단순 수출보다 현지화·저탄소 인증·고부가 전환의 실행 속도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간단 요약
1️⃣ 미국은 2025년 6월 Section 232 관세를 25%→50%로 인상⸱⸱⸱철강산업, 관세 완화의 사각지대
2️⃣ 한국 철강사, 북미 현지화·저탄소 제철·고급소재 전환으로 대응 중이나, 초기 투자 부담 가중
3️⃣ '관세 회피'가 아니라 '표준 충족'이 경쟁력⸱⸱⸱"규제 대응 속도가 승부를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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