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소득 중심서 자산⸱삶의 조건 전반으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 촉구
[예결신문=신하연 기자] 우리나라가 소득과 자산뿐만 아니라 교육, 건강, 주거 등 삶의 전 영역에서 불평등이 다차원적으로 심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1일 국회입법조사처와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미래연구원이 공동 참여해 발간한 '한국사회 불평등의 현주소 - 2025 대한민국 불평등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년간(2011~23년) 한국 사회의 '다차원 불평등 지수(H-MDI)'는 0.179에서 0.190으로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소득과 교육, 건강 영역의 불평등 지표가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 반면, 자산 불평등이 급격히 심화하며 전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1년 0.388에서 2022년 0.324로 낮아지며 지표상 소득 분배는 일부 개선됐다. 그러나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다시 반등해 2024년 0.612에 이르며 'U자형' 악화 경로를 걷고 있다.
이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자산 세습 영향력이 커지면서 소득만으로는 자산 격차를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표다. 국민 대다수인 76.7%가 자산 불평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 수준이다.
세대별·지역별로 파고든 주거와 교육의 벽
주거 영역에서는 연령대별 내부 양극화가 뚜렷하게 관찰됐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주거 불안정성이 심각한 수준이다. 청년층의 자가 점유 비중은 1.8%에 불과하며, 월세 거주 비율은 68.6%에 달한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높은 주거비 부담이 결혼과 출산 지연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취약성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층 역시 자가 비중은 높지만, 지하·반지하·옥탑 거주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며 노인 빈곤과 맞물린 주거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교육 불평등은 과거의 '취학 기회' 부족 문제에서 '교육 과정과 결과'의 격차 문제로 변모했다. 2024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상위권 대학 진학 기회와 재수·반수 등 '재도전 기회'가 구조화되는 양상이 10년 전보다 더욱 선명해졌다.
보고서는 대학 입시 제도 개편에 앞서 공교육이 가정 배경의 영향을 상쇄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 전반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강권마저 소득에 비례⸱⸱⸱'전 정책의 건강' 접근 필요
소득과 교육 수준에 따른 건강 격차도 여전하다. 2017년 기준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 기대수명 격차는 6.5년에 달하며, 건강수명 격차는 10년 내외까지 벌어진다. 저소득층과 농어촌 거주자, 노인 등 취약계층일수록 필수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교통 인프라 발달로 통계상 의료 접근성은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지방 고령 환자들은 정보 부족과 고비용 장거리 이동 부담으로 인해 수도권 대형병원 이용에 제약을 받는 '체감 불평등'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는 보건의료 영역을 넘어 주거, 노동, 복지 등 모든 정책에 건강 영향을 평가하는 ‘전 정책의 건강(Health in All Policies)’ 접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행정데이터 장벽 허물고 입법 기반 강화해야
보고서는 불평등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행정데이터 거버넌스'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공통 과제로 꼽았다.
현재 기관별로 흩어진 개인 보유 자산 정보와 소득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증거 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을 수립해야 하지만, 과도한 비식별화 조치와 데이터 비표준화가 연구와 정책 수립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회는 정책 분석과 입법 과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적시에 제공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종훈 경제산업조사실장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자산과 기회의 불균등이 상호작용하며 고착화된 구조적 문제"라며 "소득 재분배 정책을 넘어 자산 형성과 삶의 조건 전반을 아우르는 포용적 분배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국가 행정데이터의 표준화와 공익적 활용도를 높여 입법의 과학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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